고호의 책방, 목포에선 작은 책방도 여행지가 된다

목포의 독립서점인 고호의 책방에 다녀오고 쓴 글이다. 고호의 책방은 진열된 책과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매력적인 곳이다. 곳곳에 부착된 사장님의 문구도 배려 넘치면서도 재미있게 느껴진다.


목포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아래의 글들도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한다. 다 읽고 나면, 목포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언젠가부터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서점을 하나씩은 방문하고 있다. 이번 목포 여행에서는 서점 방문 계획이 따로 없었다. 목포 여행 둘째날, CLB 제과에서 빵을 사서 나오는 길에 우연히 작은 서점을 발견했다. 고호의 책방이었다.

고호의 책방 외관
고호의 책방 외관. 무심코 지나가면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

고호의 책방 첫인상

책방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겨울의 추위가 눈 녹듯 사라지고, 분주한 마음이 가라앉았다.

“안녕하세요. 가방은 안쪽 작은 방에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사장님의 안내에 따라 가방을 한쪽에 내려놓았다. 숨을 고르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은은한 조명 아래 가지런히 정렬된 책들을 보니 마음에 여유가 샘솟았다. 목포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느라 서울에 있을 때보다 더 바빴던 여행의 시간이 갑자기 느리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아직 다 둘러보지 못했지만, 들어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고호의 책방 내부 모습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다양한 종류의 책들.

책장, 다른 사람의 생각을 훔쳐보기 위한 공간

책장을 보면, 그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책방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묘한 연결고리가 있었다. 오랜 세월 켜켜이 쌓아놓은 한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듯한 즐거움이 있었다. 나중에 사장님께 여쭤보니 모두 깊은 고민 끝에 가져온 책들이라고 하셨다.

고호의 책방 사장님의 따뜻한 글귀
서점 한켠에 붙어 있는 사장님의 쪽지. “사진은 자유롭게 찍으세요. 조금 떠들어도 좋습니다. 궁금한 건 물어보세요.”

독립서점의 매력

이곳의 책장은 마치 인생 선배가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책을 추천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떤 책이든 다 준비되어 있는 대형 서점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이다. 준비된 책의 개수는 적지만, 그렇기에 한 권 한 권이 소중하다.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가볍게 추천된 책이 아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은 이야기가 담긴 책들일 것이다.

이 서점을 보며, 나도 언젠가 나이 들어 은퇴하면 내게 큰 자극을 준 책들을 모아 이런 서점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호의 책방의 작은 방
고호의 책방의 작은 방. 이곳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 같다.

왜 ‘고호’의 책방인가?

고른 책을 계산하며 사장님께 물었다. “왜 ‘고흐’가 아니라 ‘고호’의 책방인가요?” 외래어표기법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지금 ‘고흐’라고 부르는 인물을 ‘고호’라고 불렀다고 한다. 가게 입구부터 작은 방까지 곳곳에 고흐의 그림들과 고흐 관련 책들이 놓여져 있다. 서점 이름에 넣을 만큼 고흐를 좋아하셨나보다.

고호의 책방 사장님의 포스트잇 글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곳곳에 붙여놓으셨다. 왠지 책을 더 사고 싶어진다.

독립서점을 열게 된 계기

고른 책을 결제하며 사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사장님은 원래 서울에 사셨다고 한다. 일 때문에 목포에 한번 들렀다가 목포의 매력에 푹 빠져 아예 정착을 한 게 수년 전이라고 하셨다. 분주한 서울의 삶에 지쳤을 때 마침 동아줄처럼 목포를 만난 것이다. 이전의 모습이야 나는 알 수 없지만, 지금 목포에서 책방을 하고 계신 모습은 여유로워 보였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책방에서는 여러 기념품도 구매할 수 있다. 나도 다른 곳에서 목포 기념물을 사진 않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이 책방의 마그넷은 구매했다. 지금도 냉장고에 붙어 있다.

고호의 책방 내부
다양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곳에서 내가 산 책은 ‘어른의 어휘력’이다. 일상 생활 속에서 겪는 어려움들이 사실은 소통의 문제인 경우가 많으며, 소통의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어휘력일 때가 많다는 것을 지적하는 책이다. 내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단어들의 뜻이 정말 내가 생각하는 것과 일치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목포에 방문한다면, 고호의 책방을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지도 못했던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할 수도 있고, 공간 자체가 주는 분위기로 인해 여행이 한결 여유로워질 것이다.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최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