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어느 날, 창밖에 눈발이 흩날리는 걸 보며 문득 겨울에만 만날 수 있는 풍경이 떠올랐다. 꽁꽁 언 호수 위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사람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산자락, 새벽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 겨울 국내 여행을 미루고 있었다면, 지금이 그 시간이다. 1월과 2월, 한해에서 가장 춥지만 또 가장 선명한 계절이기도 하다. 추위를 핑계로 집에만 있기엔 아까운 풍경들이 곳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올해 1월과 2월에 가볼만한 겨울 국내 여행지를 모아봤다.

얼음 위의 축제, 화천 산천어축제
강원도 화천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느끼는 건 공기의 밀도다.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기온, 코끝이 시려오는 바람. 하지만 축제장에 들어서면 추위는 금세 잊힌다. 사람들이 얼음 위에 옹기종기 모여 낚싯대를 드리우고, 간간이 터지는 환호성이 축제의 열기를 증명한다.
화천 산천어축제는 세계 4대 겨울축제 중 하나로 꼽힌다. 매년 1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는다. 2026년 축제는 1월 10일부터 2월 1일까지 23일간 열린다. 얼음 낚시는 물론,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는 체험도 인기다. 실내 얼음조각 광장에서는 반짝이는 조명 아래 정교한 조각들이 늘어서 있다.
갓 잡아 올린 산천어를 회로 먹거나 구워 먹는 맛도 별미다. 살이 통통하고 비린내가 없다. 한 점 입에 넣으면 왜 여기까지 왔는지 알 수 있다.

눈의 도시로, 태백산 눈축제
태백은 눈의 도시다. 겨울이면 도시 전체가 흰 눈에 덮인다. 그중에서도 태백산 눈축제는 이 도시의 겨울을 가장 잘 보여주는 행사다. 2026년에는 1월 31일부터 2월 8일까지 태백산국립공원과 황지연못 일대에서 열린다.
축제의 백미는 대형 눈조각이다. 매년 다른 주제로 제작되는 조각들은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밤에는 조명이 더해져 낮과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눈썰매장, 설경을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도 빼놓을 수 없다.
태백산 정상까지 오르면 하얀 송편처럼 눈꽃이 핀 주목 군락지가 나타난다. 나무마다 흰 눈을 뒤집어쓰고 서 있는 모습은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해발 1,567m, 그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설경은 겨울 산행의 이유가 된다.
가족과 함께, 청양 얼음분수축제
강원도까지 가기 부담스럽다면 충남 청양도 좋은 선택이다. 칠갑산 자락에 있는 알프스마을에서는 매년 얼음분수축제가 열린다. 올 겨울에는 2025년 12월 24일부터 2026년 2월 22일까지 운영된다.
마을에 들어서면 거대한 얼음분수가 눈에 들어온다. 영하의 날씨에 분수물이 그대로 얼어붙어 하얀 탑처럼 솟아 있다. 봅슬레이, 얼음썰매 등 놀이시설도 갖춰져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 좋다. 입장료는 9,000원이다.
근처에는 천장호 출렁다리도 있다.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 소개되어 유명해진 곳이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저수지 풍경이 고요하다. 축제 구경 후 들러보면 하루가 알차게 채워진다.

설원의 풍경, 대관령 목장
평창 대관령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겨울이 오는 곳 중 하나다. 해발 800m가 넘는 고지대라 11월부터 눈이 쌓이기 시작한다. 그 눈은 이듬해 2월까지 녹지 않는다.
대관령에는 양떼목장, 삼양목장, 하늘목장까지 세 개의 목장이 있다. 겨울철 양떼 방목은 중단되지만, 실내에서 양에게 먹이를 줄 수 있다. 목장 언덕에 올라서면 끝없이 펼쳐진 설원이 눈앞에 열린다. 멀리 풍력발전기가 느릿느릿 돌아가는 풍경은 이국적이다.
양떼목장과 삼양목장 모두 입장료는 대인 기준 9,000원이다. 커피 한 잔 들고 목장 산책로를 걸으면, 서울에서 두 시간 거리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차가운 새벽, 따뜻한 커피가 있는 강릉
강릉의 겨울 바다는 여름과 다른 매력이 있다. 인파 대신 고요함이 해변을 채운다. 특히 1월 1일 해돋이를 보러 오는 사람들로 정동진과 경포해변은 이른 새벽부터 붐빈다. 세계 최대 모래시계가 있는 정동진 모래시계공원에서는 매년 새해 회전식 행사가 열린다. 2026년 1월 1일 일출 예상 시간은 오전 7시 32분경이다.
해돋이를 보고 나면 안목해변으로 향해도 좋다. 강릉의 커피 거리로 유명한 곳이다. 카페마다 통유리 너머로 겨울 바다가 보인다. 손에 따뜻한 커피를 쥐고 파도 소리를 듣는다. 그렇게 겨울 아침이 시작된다.
아래는 내가 아내와 함께 강릉을 여행하며 직접 쓴 글들이다. 강릉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아래의 글들도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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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머무는 계절
겨울 여행은 조금 더딘 편이 좋다. 추위에 몸이 웅크러드는 만큼 마음은 더 열리는 법이다. 얼음 낚시터 옆 난로에서 손을 녹이고, 눈 덮인 산길을 천천히 걸으며,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 그 느린 순간들이 겨울 여행의 진짜 선물이다.
1월과 2월은 여행하기 춥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계절에만 만날 수 있는 풍경이 있다. 그리고 그 풍경은 따뜻한 곳에서는 절대 볼 수 없다. 올겨울, 꺼낸 다운패딩을 다시 챙기고 문을 나서자. 겨울 국내 여행은 지금이 제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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