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 느낀 뚜벅이 여행의 즐거움

언젠가부터 여행이 소위 ‘핫플’만을 찾아다니는 ‘숙제’가 되어버렸다. 여행이 나도 핫한 곳을 가보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하지만 여행의 즐거움은 ‘핫플’에만 있지 않다. 일상에서 벗어난다면 때론 길을 걷기만 해도 여행이 된다. 이번 강릉 여행은 오랜만에 차를 빌리지 않고 뚜벅이 여행을 했다. 이 글은 아내와 함께 강릉에서 뚜벅이 여행을 하며 생각한 것들을 정리한 글이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재밌는 장소들

아내와 나는 강릉에 있는 아물다 서점에서 시간을 보낸 후 호텔로 걸어서 돌아갔다. 걸어서 20분 넘게 걸리는 거리였고, 바람이 쌩쌩 부는 추운 날씨였다. 각자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걷던 중 눈길을 끄는 공간을 발견했다. 소품샵과 사진관을 같이 하는 ‘물꼬기’라는 곳이었다.

물꼬기는 전국 약 40명의 작가들의 핸드메이드 작품들이 판매되는 공간이다. 위 사진의 돌멩이가족처럼 귀여운 작품들부터 고양이 엽서, 강릉을 주제로 한 자석들 등 예쁜 소품들이 많았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한 켠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예쁜 소품들을 구경하고 여행의 좋은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면, 방문해봐도 좋을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후기 글을 참고하면 된다.

일상에서 벗어난 낯선 거리와 장소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여행은 의미가 있다. 회색 빌딩숲 사이만을 걷다가 탁 트인 시골길을 걸으니 절로 기분까지 좋아졌다. 밭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황량하기까지 한 모습이었지만, 큰 소음 없이 적막한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안해졌다.

길을 걷다 하루키친이라는 현지인 맛집을 발견했다. 아직 오픈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 네이버 지도로 검색했을 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곳이다. 일단 외관이 독특해서 상당히 눈에 띄었다. 이따 저녁은 여기서 먹기로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손가락만 움직여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는 게 아니라 직접 발로 뛰며 찾은 맛집이라 더 의미가 있었다. 유명 요리학교 출신의 요리를 맛본 후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글을 참고하면 된다.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동해바다#1971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택시를 불렀다. 도착한 택시를 탔더니 내부엔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가득했다. 이미 1월말이라 크리스마스 시즌이 한창 지났는데도 아직 떼지 않으신 것 같았다. 그리고 강릉의 여행 관련 책자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여행을 주제로 택시 기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다음날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 본점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뚜벅이 여행이지만, 먼 길을 가야 할 땐 택시를 탔다. 이번 택시기사님도 범상치 않았다. 이 기사님은 아예 차량 디스플레이에 사진들을 저장해두고 가이드를 해주셨다. 택시를 타고 가는 내내 관광객들은 잘 모르는 명소들과 역사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평소 회사를 오갈 땐 택시 기사님과의 대화가 그리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지에서의 낯선 사람과의 대화는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강릉에 대한 기사님들의 애정이 느껴졌다.

하이라이트가 아닌 풀버전의 여행

차를 타고 ‘핫플’을 찾아가는 여행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만 보는 것과 같다. 하이라이트만 보기 때문에 핵심은 다 볼 수 있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요약된 이야기에는 서사가 없다. 낯선 지역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명소들의 주변 길거리는 어떤 모습인지 알 길이 없다. 이번 뚜벅이 여행은 돈 없던 시절 여행하던 내 추억을 떠올리게 했고,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느끼고 싶다면, 다음엔 뚜벅이 여행을 해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