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 본점, 커피의 살아있는 전설

강릉에 있는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 본점에 다녀와서 쓴 글이다. 세번째 방문인데 방문할 때마다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맛있는 커피와 분위기, 커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카페 내부에 가득하다.

한국 커피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박이추 선생님

세간에 유명한 표현 중에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집중적이고 의도적인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루 8시간을 365일간 꼬박 연습한다고 하면, 1만시간은 약 3.5년이다.

박이추 선생님은 한국의 1세대 바리스타이다. 1980년대 중반에 커피 공부를 시작해서 현재까지 계속 커피 인생을 살고 있다. 대략 40년간 커피를 내리고 공부한 것이다. 전문가를 넘어서서 그야 말로 살아있는 전설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일을 몇년만 해도 손과 머리에 익는데 40년간 한 분야의 일을 계속한다는 것이 나로선 상상이 가질 않는다.

곧 울진으로 이사가는 박이추 커피 본점

박이추 커피 본점은 현재 강릉에 있지만, 처음부터 강릉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1988년 서울 혜화동에 개점한 ‘보헤미안’이 박이추 커피의 시초다. 그리고 2000년 현재의 위치인 강릉으로 자리를 옮겼다. 참고로 강릉에는 박이추 커피가 두개 있는데 본점과 분점이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소식은 2025년 올해 울진의 조용한 곳으로 본점을 이전한다고 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박이추 커피 본점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시향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보인다. 여러 원두를 시향해볼 수 있고, 그 다음에 주문하면 된다. 그리고 박이추 선생님이 계실 때는 대부분 직접 커피를 내려서 제공해주신다.

박이추 선생님은 “커피는 철학이며, 배우면 배울수록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신다. 어떤 일을 40년 가까이 한 사람이 겸손을 이야기 한다니,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생각난다. 그 생각이 드러나듯 커피 두잔만 간단히 주문했는데도 펜으로 직접 쓴 주문서와 원두 이름이 함께 제공된다. 디지털 방식이 아니라 아날로그라서 그런지 왠지 더 정성이 느껴진다.

카페 내부 곳곳에는 커피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소품들이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내부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밌을 것이다.

어떤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다. 아내는 커피를 정말 좋아하는데 강릉 여행 내내 박이추 커피 본점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공간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하는 게 보였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커피에 관심이 있다면,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 본점에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먼 길을 갈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혹시 커피와 함께 읽을 책이 필요하다면, 이름만큼 내부 공간이 예쁜 독립서점인 윤슬서림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