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구라고 하면 ‘맛집 불모지’라는 편견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그건 옛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중랑구에도 맛집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아내와 함께 직접 가본 곳들 중에서 지인에게도 추천할 만큼 맛있었던 곳들 여섯곳을 추려봤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오직 중랑구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곳들만 엄선했다. 순서는 순위가 아닌 무작위이다.
세훈, 내 마음 속 중랑구 1등 디저트 카페
- 위치: 서울 중랑구 망우로 376 (망우역 도보 5분)
- 영업시간: 11:00~20:00 (월,화 휴무)
중랑구에서 이런 퀄리티의 디저트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다. 세훈은 망우역 근처에 위치한 디저트 전문점으로, 하나하나 수제로 만들어지는 디저트들이 인상적이다.
마들렌이나 마카롱 같은 구움과자도 훌륭하지만, 타르트나 케익 종류가 정말 맛있다. 타지역에서는 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팔릴 만한 퀄리티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제철 과일을 활용한 타르트, 녹진한 초콜릿을 다양한 텍스쳐로 맛볼 수 있는 디저트 등등 모든 게 다 맛있다.
빠삭한 정석 휘낭시에를 찾는다면 꼭 이곳을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겉바속촉의 마들렌도 담백하면서도 버터향이 진하게 느껴진다.
피제리아 디 파올로, 양원역 레드리본 화덕피자
- 위치: 서울 중랑구 양원역로 14가길 27 (양원역 도보 2분)
- 영업시간: 11:30~21:00 (월 휴무, 14:30~16:30 브레이크타임)
피제리아 디 파올로는 중랑구에 몇 없는 레드리본 맛집 중 하나다. 중랑구에서 먹어본 피자 중 가장 맛있었다. 피자를 주문하면, 참나무 장작을 이용해서 화덕에 구워준다. 아내와 나는 몇년 전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는데, 여행중 먹었던 피자 맛이 그리워지면 종종 이곳에 온다.
확실히 흔한 프랜차이즈 피자와는 맛이 다르다. 그리고 좋은 밀가루를 써서 도우가 쫄깃하고 속도 편하다. 물론 우리는 프랜차이즈 피자도 좋아한다. 패스트 푸드도 그것만의 매력이 있으니까. 하지만 패스트푸드가 한끼 식사라면, 화덕 피자는 요리라는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르게리따 피자 같은 클래식 메뉴도 훌륭하지만, 멜라 에 꼬또(사과&프로슈토)나 루꼴라 에 프로슈토 같은 시그니처 메뉴도 꼭 시켜보길 추천한다. 프로슈토가 짜지 않고 담백해서 피자와의 조합이 환상적이다. 나는 치즈가 들어간 음식을 좋아해서, 포르마지오 피자를 자주 시킨다.
가게 앞 주차 공간이 있지만 협소한 편이니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티하우스 나니, 차 전문가의 고급 티룸
- 위치: 서울 중랑구 용마산로117길 26 로뎀하이빌 102호 (주차 불가)
- 영업시간: 12:00~18:00 (예약제 운영, 인스타그램 확인 필수 @teahousenani)
티하우스 나니는 차를 전공한 티소믈리에가 직접 만든 밀크티를 맛볼 수 있는 카페다. 매장에 방문하면 정말 이곳은 밀크티에 진심인 것이 느껴진다. 홍차, 우롱차, 허브차 등 다양한 종류의 차를 다루며, 그 중에서도 직접 블렌딩한 밀크티가 시그니처 메뉴다.
무엇보다 특별한 건 원하는 티팟과 찻잔을 직접 고를 수 있다는 점이다. 취향에 맞는 예쁜 찻잔을 고르면 사장님이 직접 우려낸 차를 티팟에 담아 준다. 아이스 음료를 주문하면 장미 얼음이 띄워져 나오는데, 이런 세심한 디테일이 여기가 왜 고급 티룸인지 알게 해준다.
밀크티들은 시음도 가능하다. 처음 방문한다면 살구밀크티를 추천한다. 이 살구밀크티는 너무 유명해서 롯데칠성과 콜라보로 편의점 음료로도 출시되었을 정도다. 그만큼 맛이 검증된 메뉴다.
음료를 주문하면 차에 대한 설명과 다기 사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차 한 잔에 8천원대로 가격대가 있는 편이지만, 차의 퀄리티와 서비스를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다.
임금돼지 태릉, 숙성 돼지고기 전문점
- 위치: 서울 중랑구 동일로 932 가지상가 103호 (주차 가능)
- 영업시간: 16:00~22:30
임금돼지 태릉은 숙성 돼지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고깃집이다. 그릴러가 직접 구워주는 시스템이라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매장 내에서 고기 냄새도 많이 안 나는 편이고, 정성스레 구워주셔서 고기 굽는 스트레스 없이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고기는 무조건 생고기보다 숙성고기가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곳도 잘 숙성된 돼지고기를 쓴다. 우리 부부가 진짜 맛있는 돼지고기가 먹고 싶을 때마다 찾는 곳이다.
정성스레 구워주셔서 편하게 먹을 수 있고, 주차도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스시히로이 – 중랑구의 숨은 오마카세
- 위치: 서울 중랑구 먹목로 92라길 2층 202호 (상봉역 인근, 주차 가능 – 기계식 주차)
- 영업시간: 10:00-21:30(15:00-17:00 브레이크 타임, 런치/디너 예약제 운영)
스시히로이는 맛집 불모지인 중랑구에 한줄기 빛처럼 나타난 스시 오마카세 가게다. 상봉역 근처 빌라촌에 이런 오마카세 가게가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10석 정도 되는 아담한 매장에서 셰프 한 분과 직원 한 분이 운영한다. 내 기억으론 사장님이 아내분과 운영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사장님이 오마카세에 진심이라 개인적으로도 공부 차 다른 오마카세를 많이 다니신다고 한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친절함은 물론, 코스 하나하나에서 스시에 대한 셰프님의 진심이 느껴진다. 셰프님의 입담도 좋아서 식사하는 내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중랑구에 위치해 있어서 타 지역 오마카세에 비해 가성비도 좋은 편이다. 결혼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과 즐거운 식사를 하고 싶다면 스시히로이를 추천한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더라도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다.
미락 한정식, 중랑구청장도 인정한 맛집
- 위치 : 서울 중랑구 봉우재로 27 1층(가게 앞 주차 1대 가능)
- 영업시간 : 11:30~21:00(15:00~17:00 브레이크 타임, 20:00 라스트오더)
미락한정식은 중랑구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운영한 맛집이다. 심지어 가게에 들어가면 중랑구청장 사인도 있다. 그만큼 구민들의 인정을 받은 곳이다. 손님들 대부분 오랜 단골처럼 보이는 분들이 많다.
주문을 하면 전채 요리들이 나오는데 하나하나 다 맛있다. 반찬도 맛이 일품이고, 메인 메뉴는 말할 것도 없다. 흔히 한정식 하면 룸이 있고 격식을 차려야 하는 가게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가게들이 서비스는 좋아도 맛은 평범한 경우가 많다. 미락한정식은 격식을 갖추지 않고 캐주얼하게 방문할 수 있으면서도 맛은 정말 뛰어난 곳이다.
탕수어를 비롯한 몇몇 메뉴는 따로 포장을 해서 판매할 만큼 인기가 많다. 맛있는 한정식이 먹고 싶다면, 미락 한정식을 추천한다.
중랑구의 숨은 맛집들을 찾아서
중랑구는 맛집으로 유명한 지역은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숨은 맛집들을 찾는 맛이 있다. 지난 몇년간 아내와 함께 중랑구의 맛집들을 찾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과정이 즐겁고 재밌었다. 혹시 추천할 만한 맛집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