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분들을 위한 세 줄 요약
- 아내와 함께 제주도를 여행하며 제주 한식 맛집인 여정에 다녀왔다.
- 기대를 많이 했는데, 맛과 경험 모두 기대한 것보다 더 좋았다.
- 한식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으니 꼭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래는 아내와 제주도를 여행하며 방문한 곳들을 정리한 글이다. 모두 광고 없는 내돈내산 후기이니 제주도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들어가며
여정은 아내와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며 가장 기대했던 식당 중 하나다. 여정은 방문일 2주 전부터 캐치테이블 예약이 열린다. 그래서 방문 2주 전을 캘린더에 저장해놨다가 자정이 되자마자 예약을 했던 기억이 있다.
대중들에게 일식 오마카세는 이제 익숙하지만, 한식 오마카세는 서울에서도 낯설다. 게다가 한식은 집에서도 흔하게 먹을 수 있는데 어떻게 차별화를 했을지 궁금했다. 한편으론 그저 ‘보기에만 좋고, 맛은 없는’ 인스타 감성의 식당일까봐 걱정도 됐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여정에 방문했다.
감각적인 외관

대로변에 주차를 하고 가게 외관을 보니, 따뜻한 조명 불빛 아래에 ‘여정’이라는 단 두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별 것 아닌 디자인이지만 참 감각적으로 배치했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메뉴도 기대하게 만드는 인테리어였다.

가게 문 옆에 나무 판자가 하나 놓여 있다. ‘솥밥’, ‘정시입장’ 단 두 단어다. 설명을 덧붙이자면, 솥밥을 준비하고 밥이 익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정시입장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추운 겨울에 밖에서 기다리는 건 힘들었지만, 한편으론 솥밥이 기대가 됐다.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내부 인테리어

내부에 들어서니 흔한 오마카세 식당의 모습이지만, 한국적인 감성을 한스푼 넣은 듯한 모습이다. 총 6개의 좌석이 있다. 위 사진은 손님들이 모두 퇴장한 후 찍은 사진이다.

각 좌석 앞에 있는 솥에선 밥이 지어지고 있었다. 한 사람당 하나의 솥이라니, 생소하면서도 아이디어가 참 좋다고 느껴졌다. 솥에서 김이 폴폴 나니 얼른 솥뚜껑을 열어 밥을 먹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참고 기다린 자에게 복이 있나니! 이후에 상세히 적겠지만, 기다린 만큼 솥밥은 정말 맛있었다.

추운 몸을 이끌고 가게로 들어오니 가장 먼저, 보리차를 내어주신다. 사실 보리와 이런 저런 재료를 섞은 차라고 하셨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따뜻한 차를 부탁 드렸더니 너무 뜨겁지 않게 얼음 두덩이를 띄워주셨다. 세심한 배려 덕분에 너무 뜨겁지 않고 따뜻하게 차를 즐길 수 있었다.
누군가 나를 위해 정성스레 요리를 해주는 경험

솥에서 밥이 지어지는 동안 사장님은 열심히 떡갈비를 굽고 계신다. 무언가 양념을 바르기도 하고 뒤집기도 하면서 정성스레 떡갈비를 구워주셨다. 단순히 굽는 것을 넘어서 향을 입히기 위해서 다양한 테크닉을 활용하시는 게 보였다. 누군가 나를 위해 눈 앞에서 정성스레 요리하는 것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게 오마카세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반찬들이 준비되었다. 솔직한 첫 인상으로는 “애걔?”였다. ‘인당 3만원의 식사인데 겨우 이정도의 반찬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하나하나 너무 맛있었다.
새우장에는 인당 세 마리의 새우가 제공되고, 먹기 좋게 새우가 까져 있다. 그리고 더 먹기 좋게 새우가 반으로 잘려 있다.

밑반찬으로는 제주산 유채김치와 매실장아찌가 제공된다. 유채김치는 열무김치와 비슷한 맛인데 좀 더 작고 부드럽다. 둘 다 흔한 맛이지만 맛있다.

여정에서 먹은 것 중 가장 맛있었던 것 중 하나가 소고기무국이었다. 나는 원래 소고기무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동안 내가 먹었던 소고기무국에서는 소고기의 육향이 그리 많이 나지 않으면서 오히려 무의 비린맛이 더 많이 났었다.
하지만, 여정의 소고기무국은 소의 육향이 강하고 무의 향도 비리지 않고 좋았다. 사장님께 따로 여쭤보니 한우와 제주산 무, 추자도 멸치액젓을 쓰신다고 한다. 제주산 무는 거친 겉부분은 버리고 부드러운 속부분만 쓰신다고 한다. 지인에게 저렴하게 무를 제공받다보니 이렇게 쓸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좋은 식재료를 쓰고 정성이 들어갔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똑같은 음식도 식재료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지금까지 먹어본 소고기무국중 가장 맛있었다.

떡갈비까지 모든 음식들이 다 나왔다. 보기에는 특별할 것 없이 상당히 단촐해보인다. 하지만, 맛은 그렇지 않다. 솥에 밥을 지으니 밥만 먹어도 맛있다. 심지어 쌀도 하나의 쌀만 쓰지 않고 생거진천쌀과 경기 수향미를 섞어 쓰신다고 한다.

가게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거의 계속 떡갈비를 구워주신다. 중간중간 심부온도계로 체크해가면서 정성스레 구워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에서는 잘 보이진 않지만, 떡갈비 뒤에는 톳장아찌와 톳소금이 놓여져있다.
일반적인 떡갈비의 맛을 기대했다면, 이 떡갈비는 굉장히 슴슴하게 느껴질 것이다. 아니 아예 맛이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우리가 평소에 먹는 떡갈비들이 간이 센 탓도 있지만, 여정의 떡갈비가 간의 거의 되어 있지 않은 탓도 있다. 아마 톳장아찌와 소금을 곁들여먹기 위함이기도 하고, 아래에서 설명할 비빔밥을 만들어먹기 위함인 것 같기도 하다.

떡갈비를 먹을 땐 중간 심지 부분은 어느 정도 남겨놓아야 한다. 그러면 위와 같이 톳 장아찌 비빔밥과 유채 비빔밥을 만들어주신다. 이 부분은 사장님이 가게에서 안내해주신다. 그리고 원래는 한사람당 한 종류의 비빔밥만 먹을 수 있지만, 둘이 왔으니 센스 있게 두개로 나눠주셨다. 여정에서 먹은 것 중에서 소고기무국 다음으로 톳장아찌 비빔밥이 맛있었다. 떡갈비의 간이 세지 않아서 비빔밥으로 만들어먹어도 간이 딱 좋았다.
한식에서 밥의 역할은 무엇인가?
아내와 나는 새로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면 항상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여정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도 아내와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그 중 하나가 ‘한식에서 밥의 역할’이었다. 일반적으로 밥은 반찬들을 위해 존재한다. 대부분의 반찬이 자극적이니 그 자극을 상쇄하기 위한 도구로서 존재한다.
하지만 여정에서의 밥은 달랐다. 여정에서의 식사는 오히려 밥이 주인공이고 각각의 반찬들이 밥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밥은 그 자체로도 맛있었고, 슴슴한 간의 반찬들이 밥을 보조해주는 느낌이다. 식사를 하고 나왔는데, 한식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으론 우리가 평소에 지나치게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디저트로는 쑥 아이스크림이 나온다. 사진에선 잘 보이지 않지만, 시나몬 가루가 뿌려져 있다. 쑥의 쌉싸름한 맛과 단맛이 조화롭고 맛있다.
가게 및 주차 정보
- 여정 네이버 지도
- 주차 정보 : 주차장은 따로 없고, 매장 앞 대로변에 주차가 가능하다.
- 예약은 캐치테이블로 가능하다. 방문일 2주 전 자정에 예약이 오픈된다.
마치며
여정은 제주 여행에서 먹은 음식중에서 가장 맛있었고, 가장 인상 깊은 경험이었다.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경험적으로도 좋았다. 계절마다 식사 구성이 바뀐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제주도를 여행하며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분들은 강력하게 추천하는 식당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