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비슷한 고민이 시작되곤 합니다. ‘모처럼 맞은 7-8월 여름휴가, 동남아의 쨍한 햇살 아래 쉬고 싶은데, 어딜 가도 비만 맞고 오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비행기 표 검색조차 망설여지는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동남아의 모든 곳이 여름 내내 비의 계절을 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1년 중 가장 쾌적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바로 이 시기에만 보여주는, 축복받은 날씨를 지닌 곳들이 숨어있습니다. 오랜 시간 여러 곳을 여행하며 마음에 담아두었던, 우기의 그림자는 피하고 여행의 만족도는 가장 높일 수 있는 곳들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각 여행지에서 필요한 경비와 어떤 분들에게 어울릴지, 또 현지인처럼 그곳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소박한 비법까지 함께 담았으니,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눈에 비교! 7-8월 동남아 여행지 BEST 5 핵심 정보
긴 글을 읽기 전, 마음이 급한 분들을 위해 다섯 곳의 핵심 정보를 표로 먼저 정리했습니다. 한눈에 비교해 보시고 가장 마음에 끌리는 곳을 먼저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여행지 | 7-8월 날씨 | 4박 5일 추천 경비 (1인) | 추천 여행 타입 | 핵심 매력 |
베트남 다낭 & 호이안 | 맑고 건조한 건기 | 약 80~100만원 | 온 가족이 함께하기 좋은 | 가성비, 미식, 유네스코 문화유산 |
인도네시아 발리 | 쾌적하고 시원한 건기 | 약 120~150만원 | 영혼의 휴식이 필요한 분 | 요가, 명상, 예술, 서핑 |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 활동하기 좋은 건기 | 약 90~120만원 | 활기찬 자연을 즐기고 싶다면 | 세계 3대 선셋, 반딧불 투어, 해양 액티비티 |
태국 코사무이 | 화창한 날씨의 건기 | 약 130~160만원 | 두 분만의 오붓한 시간을 원한다면 | 럭셔리 풀빌라, 한적한 해변 |
필리핀 시아르가오 | 서핑하기 좋은 건기 | 약 100~130만원 | 특별한 모험을 꿈꾸는 분 | 서핑, 때묻지 않은 자연, 독특한 투어 |
※ 추천 경비는 항공권을 제외한 현지 체류비(숙소, 식사, 투어 등) 기준이며, 개인의 여행 스타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베트남 다낭 & 호이안: 날씨요정이 돕는 여름 최고의 가성비 휴양지
‘부모님을 모시고 떠나는 여행이라면 이곳이 참 좋았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여러 번 들었습니다. 저렴한 물가와 우리 입맛에 잘 맞는 음식, 그리고 무엇보다 7-8월이 1년 중 가장 맑고 쾌청한 건기라는 점이 그 이유일 겁니다. 비 걱정 없이 뽀송뽀송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여름 동남아 여행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장점이지요.
낮에는 ‘미케 비치’의 고운 모래를 밟으며 해수욕을 즐기고, 조금 더위가 느껴진다면 시원한 고산지대에 위치한 ‘바나힐’에 올라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다낭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호이안’ 당일치기 여행입니다. 노란 빛으로 물든 고즈넉한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듭니다. 호이안의 오래된 가게에서 손으로 엮은 라탄백을 고르다 보면,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선물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 여행의 작은 팁: 이곳에서는 택시보다 ‘그랩(Grab)’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고 저렴합니다. 그리고 호이안의 ‘랜턴스(Lanterns)’라는 식당은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음식으로 알려져 잠시 기다림이 필요할 수 있지만, 실패 없는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2. 인도네시아 발리: 영혼의 안식처에서 즐기는 감성 & 힐링
‘신들의 섬’이라 불리는 발리는 한번 다녀온 사람들의 마음에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곳입니다. 특히 4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건기, 그중에서도 7-8월은 너무 덥지도 습하지도 않아 발리의 속살을 제대로 느끼기에 가장 좋은 때입니다. 다녀온 이들마다 입을 모아 말하곤 합니다. 그 계절의 발리는 참 쾌적했다고.
발리는 지역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 우붓(Ubud): 고요한 논밭 풍경 속에서 요가와 명상으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다면 이곳이 좋습니다. 특히 ‘뜨갈랄랑 라이스 테라스’의 거대한 그네에 몸을 싣는 순간, 아찔함과 동시에 눈앞에 펼쳐지는 끝없는 초록빛 풍경은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을 선물합니다.
- 스미냑(Seminyak) & 꾸따(Kuta): 세련된 가게들과 활기찬 해변,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입니다. 젊음의 에너지를 느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좋습니다.
- 여행의 작은 팁: 우붓에는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감탄할 만한 맛과 창의성을 지닌 비건 레스토랑이 많습니다. 한번쯤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동은 ‘고젝(Gojek)’ 어플을 이용하면 편리합니다.
3.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세계 3대 선셋과 반딧불의 향연
코타키나발루를 이야기할 때 ‘세계 3대 선셋’이라는 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수많은 여행지에서 노을을 보았지만, 이곳의 하늘이 보여주는 색의 향연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라는 어느 여행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1월부터 9월까지 건기가 이어져, 7-8월은 눈부신 자연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이렇게 그려볼 수 있습니다. 낮에는 배를 타고 나가 섬 사이를 오가며 스노클링을 즐기는 ‘호핑 투어’를 하고, 해 질 녘에는 ‘탄중아루 해변’의 명당에 자리를 잡고 경이로운 선셋을 마음에 담습니다. 저녁에는 ‘쌍천 씨푸드’ 같은 현지 식당에서 갓 잡은 해산물로 푸짐한 만찬을 즐기는 것이지요. 밤이 되면 숲속에서 수만 마리의 반딧불이가 빛의 군무를 펼치는 광경을 마주하는 것도 잊지 못할 경험입니다.
- 여행의 작은 팁: ‘쌍천 씨푸드’에서는 메뉴판만 보기보다, 직접 수족관에서 해산물을 고르고 조리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버터 향이 고소한 ‘크림 새우’와 ‘오징어 튀김’은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해가 지는 시간은 보통 오후 6시에서 6시 30분 사이이니, 늦어도 5시 30분까지는 선셋 포인트에 도착하는 것이 좋습니다.
4. 태국 코사무이: 태국의 숨은 보석, 한적하고 럭셔리한 휴양
많은 이들이 방콕이나 푸켓을 떠올릴 때, 태국의 또 다른 보석 같은 섬 코사무이는 조용히 빛나고 있습니다. 특히 방콕과 푸켓이 우기에 접어드는 7-8월에, 코사무이는 오히려 가장 날씨가 좋은 건기를 맞이합니다. 북적이는 인파를 벗어나, 오롯이 우리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분들에게 이곳만큼 좋은 선택지는 없을 겁니다.
신혼여행지로도 사랑받는 만큼, 프라이빗한 풀빌라와 고급 리조트들이 잘 갖추어져 있어 한적하고 품격 있는 휴가를 보내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앙통 해상 국립공원’으로 떠나는 투어는 코사무이의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혹은 그저 ‘차웽 비치’의 부드러운 해변에 누워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 됩니다. 덜 붐비는 곳에서, 더 깊은 쉼을 얻을 수 있는 곳입니다.
5. 필리핀 시아르가오: 서퍼들의 성지, 대자연을 탐험하는 모험
아직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이름일지 모르지만, 시아르가오는 이미 전 세계 서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성지 같은 곳입니다. 틀에 박힌 휴양지를 벗어나 때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조금은 특별한 모험을 꿈꾸는 분이라면 분명 이곳을 사랑하게 될 겁니다.
이름난 ‘클라우드 9’ 서핑 스팟에서는 프로들의 현란한 몸짓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초보자들을 위한 강습도 잘 마련되어 있어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에도 좋습니다. 서핑이 아니더라도 즐길 거리는 많습니다. 바닷물이 빠지면 나타나는 천연 수영장 ‘마그푸풍코 록 풀(Magpupungko Rock Pools)’에서의 수영, 수천 마리의 해파리와 함께 유영하는 특별한 투어는 다른 어디에서도 하기 힘든 경험입니다.
- 여행의 작은 팁: 아직 개발이 한창인 곳이라 편의시설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지만, 바로 그 점이 시아르가오의 거친 매력이기도 합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현금을 넉넉히 준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숙소를 미리 예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행 전 필수 체크! 동남아 여행 자주 묻는 질문 & 전문가 팁
여행을 준비하며 마음에 남는 몇 가지 질문들을 모아보았습니다.
- Q1: 7~8월 날씨, 정말 괜찮을까요?
- 네, 오늘 소개해 드린 5곳은 건기에 속하거나, 비가 오더라도 열대지방 특유의 ‘스콜’처럼 짧게 쏟아진 후 금방 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여행에 큰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가방 속에 작은 접이식 우산 하나만 챙겨두면 마음이 든든할 겁니다.
- Q2: 4박 5일 1인당 총 예산은 얼마면 될까요?
- 항공권 가격에 따라 총예산은 크게 달라집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항공권을 포함해 1인당 100만원에서 150만원 사이라면 충분히 즐거운 여행을 계획할 수 있습니다. 위에 정리된 여행지별 현지 체류비 정보를 참고해 계획을 세워보세요.
- Q3: 추천할 만한 특별한 액티비티가 있나요?
- 본문에서 소개해 드린 ‘코타키나발루 반딧불 투어’나 ‘발리 우붓에서의 요가 클래스’, ‘시아르가오 서핑 강습’은 단순한 구경을 넘어, 그곳의 자연과 문화에 깊이 스며들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 여행을 위한 보너스 팁
- 항공권은 여행 날짜가 임박해서 사는 것보다, 최소 3개월 전에 미리 예약하면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숲과 바다가 있는 곳으로 떠나는 만큼, 모기 기피제와 자외선 차단제는 잊지 말고 꼼꼼히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각기 다른 색을 지닌 다섯 곳의 여름을 잠시 거닐어 보았습니다. 활기찬 도시 다낭부터 영혼의 안식처 발리, 대자연의 감동이 있는 코타키나발루와 숨은 보석 같은 코사무이, 시아르가오까지. 중요한 것은, 동남아의 여름이 무조건 비와 함께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올여름, 이 글이 당신의 마음에 작은 등불이 되어, 취향에 꼭 맞는 곳에서 인생의 아름다운 한 페이지를 채우는 여행을 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여러분의 마음은 어느 곳으로 향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혹은 이 지도에 없는 자신만의 여름 섬이 있다면, 그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좋습니다.
※ 본문에 기재된 운영 시간이나 가격 정보는 방문 시점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니,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나 연락처를 통해 한 번 더 확인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